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생수를 고르다 보면 브랜드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물은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반면, 어떤 물은 입안에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남는다. 물은 모두 비슷해 보이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생수의 맛 차이는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에는 물(H₂O) 외에도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중탄산염, 황산염 등 여러 성분이 녹아 있다. 수원지와 처리 방식 등에 따라 이러한 성분의 종류와 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이 차이가 물의 맛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수도 실제로 맛을 구분할 수 있을까?
물맛은 생각보다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다.
2013년 Water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수돗물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하고, 참가자들의 관능 평가와 물의 성분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물의 맛에 대한 평가와 미네랄 조성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었다. 적당한 수준의 총용존고형물(TDS)과 중탄산염, 황산염, 칼슘, 마그네슘 등이 포함된 물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와 관련이 있었고, 나트륨·칼륨·염화물 농도가 높은 일부 물은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69명의 일반 소비자가 25개의 생수와 수돗물을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도 물의 미네랄 조성과 선호도 사이의 관계가 확인됐다.
따라서 브랜드를 가린 상태에서도 물의 성분 차이에 따라 맛과 느낌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미네랄이 많다고 무조건 맛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취향과 각 성분의 조합, 농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물맛을 다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네랄이다
자연에서 얻은 물에는 여러 종류의 무기질이 녹아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칼륨(K), 중탄산염(HCO₃⁻), 염화물(Cl⁻), 황산염(SO₄²⁻) 등이 있다.
같은 생수처럼 보여도 이러한 성분들의 농도와 조합은 제품마다 다를 수 있다.
관련 연구들을 보면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양이온은 일정 농도 이상에서 물의 맛과 입안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미네랄은 짠맛·쓴맛·금속성 느낌·떫은 느낌 등과 관련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물은 부드럽다.”
“조금 묵직하다.”
“끝맛이 다르다.”
같은 느낌이 완전히 근거 없는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수와 연수는 무엇이 다를까?
생수의 설명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경도'다.
경도는 주로 물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과 관련된 지표다.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을 연수, 높은 물을 경수라고 부른다.
이 차이는 물의 사용감뿐 아니라 마실 때 느끼는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연수는 무조건 부드럽고 맛있고, 경수는 무조건 거칠고 맛없다고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실제로 물의 관능적 선호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특정 수준의 칼슘과 마그네슘이 포함된 물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경도가 높고 낮은 것 자체보다는 여러 미네랄이 어떤 농도와 조합으로 들어 있는가다.
미네랄이 적을수록 물맛이 깔끔할까?
미네랄이 적으면 무조건 더 좋은 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역삼투압 방식으로 미네랄을 대부분 제거한 물에 다시 칼슘과 마그네슘 등을 넣어 맛의 변화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미네랄 조성이 물의 관능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조사 범위 안에서 TDS가 지나치게 낮은 물이 오히려 쓴맛이나 건조하고 거친 느낌과 연결되기도 했다. 반대로 적절한 수준의 미네랄을 다시 첨가하면 관능적 품질이 개선될 수 있었다.
즉,
미네랄이 적을수록 맛있다
또는
미네랄이 많을수록 맛있다
라는 단순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적절한 농도와 성분 조합이 중요하다.
TDS는 무엇일까?
생수 성분을 살펴보다 보면 TDS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TDS는 Total Dissolved Solids의 약자로, 물속에 녹아 있는 여러 용존물질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 여러 무기질도 여기에 포함된다.
TDS가 다르면 물의 감각적 특성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TDS 숫자 하나만으로 물맛을 판단할 수는 없다.
같은 TDS라도 어떤 성분이 어떤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 실제 맛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수의 맛을 비교할 때는 단순히 '미네랄이 많다'는 설명보다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구체적인 조성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수원지와 처리 방식도 차이를 만든다
생수마다 성분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물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이 지하 암석과 토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여러 물질이 녹아들 수 있기 때문에 지질 환경에 따라 물의 조성이 달라질 수 있다.
처리 방식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용수의 화학적 조성은 수원뿐 아니라 처리 방법과 공급 과정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물과 음료의 관능적 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같은 '생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더라도 실제 성분표를 보면 서로 다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온도가 달라지면 같은 물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물맛을 비교할 때는 물 자체의 성분 외에도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매우 차갑게 마신 물과 상온에 가까운 물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다를 수 있다. 물을 담은 용기나 보관 상태 역시 경우에 따라 맛과 냄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두 생수의 맛을 제대로 비교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같은 온도와 비슷한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이 낫다.
브랜드 이미지나 가격을 알고 마시는 것도 평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말 차이가 궁금하다면 라벨을 가리고 비교해보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생수가 가장 맛있을까?
연구 결과를 보면 물의 미네랄 조성이 맛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물을 가장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민감도와 취향이 다르고, 물에 포함된 여러 성분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생수가 다른 제품보다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말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요소 | 물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 |
|---|---|
| 칼슘·마그네슘 | 경도와 입안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 나트륨·염화물 | 농도에 따라 짠맛 등과 관련될 수 있음 |
| 중탄산염·황산염 | 다른 미네랄과 함께 전체적인 맛에 영향을 줌 |
| TDS | 용존물질의 총량으로 전체적인 감각과 관련 |
| 수원지 | 암석·토양 등에 따라 미네랄 조성이 달라질 수 있음 |
| 처리·보관 조건 | 물의 화학적·관능적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결국 같은 물인데 브랜드마다 왜 맛이 다르냐는 질문의 답은 '물속에 녹아 있는 성분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사람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여러 관능평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다음에 생수를 마실 때는 단순히 브랜드만 비교하기보다 병에 표시된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성분을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평소 유난히 잘 맞는다고 느꼈던 물이 있다면, 다른 제품과 미네랄 조성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자신이 어떤 물을 선호하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참고자료
- Platikanov, S. et al. (2013). Influence of minerals on the taste of bottled and tap water: a chemometric approach. Water Research, 47(2), 693–704.
- Platikanov, S. et al. (2017). Predicting consumer preferences for mineral composition of bottled and tap water. Talanta, 162, 1–9.
- Whelton, A. J. et al. (2007). Minerals in drinking water: impacts on taste and importance to consumer health. Water Science and Technology.
- Burlingame, G. A. et al. (2018). The impacts of water compositions on sensory properties of foods and beverages cannot be underestimated. Journal of Food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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