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같은 물인데 왜 브랜드마다 맛이 다른지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물은 다 똑같은 물이지”라고 생각합니다. 투명하고, 냄새 없고, 특별한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생수를 여러 브랜드로 나란히 놓고 마셔보면 의외로 “이건 부드럽다”, “이건 약간 떫다”, “이건 목 넘김이 거칠다”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의 물만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 역시 어느 날 운동 후 물을 마시다가 “왜 어떤 물은 잘 넘어가고, 어떤 물은 끝맛이 남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같은 물인데 왜 브랜드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직접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보고, 과학적 이유까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물맛’은 진짜일까? — 인간의 감각과 물 인식
많은 사람들은 “물은 무미무취”라고 배웁니다. 실제로 순수한 물(H₂O)은 이론적으로 아무 맛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물은 실험실에서 만든 순수한 증류수가 아니라, 자연에서 얻거나 정수 과정을 거친 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량의 미네랄, 즉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같은 성분들이 물에 녹아 들어가게 됩니다. 이 미네랄들이 물맛에 아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차이가 정말 혀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지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기분 탓 아니야?”, “라벨을 보고 마시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을 가리고, 어떤 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셔보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간의 미각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물은 이 다섯 가지 맛 중 어느 쪽에도 강하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물에서 “부드럽다”, “텁텁하다”, “시원하다”, “금속 맛이 난다” 같은 표현을 사용할까요? 이것은 미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 그리고 입안 감각 전체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은 혀와 입천장에 닿는 느낌이 조금 더 묵직하거나 거칠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네랄이 적은 물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가볍게 느껴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온도입니다. 차가운 물은 쓴맛이나 떫은맛이 덜 느껴지고, 시원하고 깔끔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미지근한 물은 물속에 들어 있는 성분의 맛과 냄새가 상대적으로 더 잘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떤 물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마셨을 때는 “괜찮다”고 느끼다가, 상온에서 마시면 “왜 이렇게 맛이 별로지?”라고 느끼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 효과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해 미리 가진 이미지가 실제 감각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이 브랜드는 프리미엄 생수야”라는 정보를 알고 마시면, 실제로 더 깔끔하고 부드럽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저렴한 물이라고 생각하면 같은 물이어도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진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물맛 차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브랜드와 가격, 용기 디자인 등의 정보를 가린 상태에서 마셔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실험에서 물병을 전부 다른 용기에 옮겨 담고, 어떤 브랜드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순서도 무작위로 섞어 테스트했습니다.
👉 우리가 느끼는 물맛은 단순한 착각만은 아니지만, 심리적 요소도 상당 부분 개입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다음 소제목에서는 실제로 제가 어떻게 실험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직접 해본 생수 블라인드 테스트 — 방법, 기준, 실제 진행 과정
이번 실험의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브랜드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물맛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차이가 어떤 성분과 연관되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① 실험에 사용한 물 종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내 생수 브랜드 4종을 선택했습니다. 가격대와 유통량이 다른 제품들로 골라, 현실적인 소비 상황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이 글에서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각각의 제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일반적인 생수였습니다.
A: 미네랄 함량이 비교적 낮은 연수(부드러운 물)
B: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중간 수준인 물
C: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수(조금 묵직한 물)
D: 정수 처리 기반의 먹는 샘물
②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
실험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 각 생수를 동일한 크기의 컵에 옮겨 담음
- 컵 바닥에 A, B, C, D 대신 무작위 번호를 붙임
- 물 온도를 최대한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모두 실온 상태에서 30분 이상 둠
- 한 컵씩 마신 뒤, 다음 항목을 기록함
- 첫 느낌 (부드럽다 / 묵직하다 / 깔끔하다 등)
- 목 넘김
- 입안에 남는 여운
- 다시 마시고 싶은 정도
이 과정을 하루에 한 번씩, 총 3일 동안 반복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하루 컨디션이나 피로도, 음식 섭취 상태에 따라 미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테스트 결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반복 측정을 통해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가능하면 주관성을 줄이기 위해 가족 2명에게도 동일한 테스트를 요청했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감각 평가 패널은 아니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차이를 확인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실제 테스트에서 느낀 점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브랜드를 모른 상태에서도 물마다 느낌이 꽤 다르게 인식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공통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 어떤 물은 첫 모금에서 “부드럽다”, “목 넘김이 편하다”는 평가를 받음
- 어떤 물은 “약간 텁텁하다”, “입안에 뭔가 남는 느낌이 있다”는 반응이 나옴
- 어떤 물은 “특별한 인상이 없다”, “무난하다”는 평가가 반복됨
이 차이는 하루만의 우연이 아니라, 3일 동안 거의 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컵 번호의 물은 매번 “부드럽다”, “가볍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번호의 물은 “묵직하다”, “마신 뒤 입에 남는 느낌이 있다”는 반응이 반복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 모두가 완벽하게 브랜드를 맞히지는 못했지만, 물 사이에 “서로 다른 느낌이 있다”는 점에는 거의 모두 동의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물맛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거나 성분까지 맞히지는 못해도, 감각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같은 사람이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평가가 약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 직후에는 거의 모든 물이 “잘 넘어간다”고 느껴졌지만, 식후나 피곤한 상태에서는 특정 물이 더 텁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물맛 인식이 단순히 물의 성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상태와 환경 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④ 실험의 한계
이번 실험은 전문 연구기관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소규모 테스트였기 때문에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표본 수가 적어 통계적 일반화는 어렵습니다. 미각 훈련을 받은 전문가 패널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입니다.
물 온도, 컵 재질, 환경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모른 상태에서도 물마다 일관된 감각 차이가 느껴졌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음 소제목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과학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물맛에 영향을 주는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물맛을 결정하는 진짜 이유 — 미네랄, pH, 경도, 그리고 입안 감각
그렇다면 왜 같은 ‘물’인데도 브랜드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질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 그리고 그 성분들이 입안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① 미네랄 성분이 물맛을 바꾼다
자연수나 지하수는 땅속을 지나면서 암석과 토양에 포함된 미네랄을 소량 흡수합니다. 이때 녹아드는 대표적인 성분은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칼륨(K) 등입니다. 이 성분들은 인체에 필요한 무기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의 맛과 질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은 물
→ 흔히 “경수”라고 불리며, 입안에서 약간 묵직하거나 거친 느낌이 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텁텁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미네랄이 적은 물
→ “연수”에 가까우며, 부드럽고 가볍게 넘어가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깔끔하다”, “마시기 편하다”고 느끼는 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미네랄 농도 차이가 극적으로 크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생수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며, 미네랄 함량 차이도 수치상으로 보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감각은 이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해서 마시다 보면, 어떤 물은 유난히 잘 넘어가고, 어떤 물은 계속 입안에 잔여감이 남는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② pH(산성·알칼리성)도 영향을 준다
물의 pH는 산성인지, 중성인지, 알칼리성인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인 생수는 대체로 pH 6.5~8.5 범위에 있으며, 큰 차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약간 알칼리성에 가까운 물은 일부 사람들에게 더 부드럽고 순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약산성 쪽에 가까운 물은 미묘하게 날카롭거나 깔끔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역시 개인차가 크고, 과학적으로 “pH 몇이면 무조건 맛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pH 역시 물맛 인식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점은 여러 연구와 관찰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③ 경도(hardness)라는 개념
앞서 언급한 경수와 연수는 물의 경도라는 지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도는 주로 물 속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농도를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경도가 낮은 물(연수)
→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
→ 비누 거품이 잘 나고, 세탁 시에도 사용이 편리함
경도가 높은 물(경수)
→ 묵직하고 약간 떫은 느낌
→ 비누 거품이 덜 나며, 일부 사람은 마실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함
세계적으로 보면, 지역마다 물 경도가 크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유럽 일부 지역은 경수가 많고, 한국과 일본은 비교적 연수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현지 물은 맛이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제로 물의 경도와 미네랄 조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④ 물맛은 혀만이 아니라 ‘입 전체’로 느낀다
우리는 흔히 맛을 혀로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혀, 입천장, 잇몸, 목, 그리고 후각까지 포함한 종합 감각으로 맛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어떤 물은 혀에서는 별맛이 안 나는데, 삼킨 뒤에 목이나 입안에 남는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은 삼킨 뒤에 약간 “잔여감”이 남는 경우가 있고, 미네랄이 적은 물은 물이 지나간 뒤 입안이 깨끗해진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미각 자극이라기보다는, 입안 촉각과 점막 자극 정도의 차이에서 오는 감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⑤ 결국, 물맛 차이는 ‘진짜’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이번 실험과 관련 자료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물맛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일관된 감각 차이가 관찰되었다.
그 차이는 주로 미네랄 성분, 경도, pH 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 특히 칼슘·마그네슘 함량 차이가 입안 촉각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개인차와 심리적 요인의 영향도 매우 크다.
→ 같은 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맛있다”, “별로다”는 평가가 달라진다.
즉, “이 브랜드 물이 더 맛있다”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적인 진리도 아닙니다. 결국 물맛은 객관적 성분 차이 + 개인의 감각 경험 + 심리적 기대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맛에 대한 새로운 시선
이번 실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물에도 생각보다 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순히 갈증 해소를 위한 수단이라고 여겼던 물이, 미네랄 조성, 경도, pH, 그리고 개인의 감각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어떤 물이 가장 좋은 물인가?”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부드럽고 가벼운 물이 좋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약간 묵직한 물이 더 만족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물은 내가 마시기 편하고, 꾸준히 잘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기준일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집에 있는 생수 몇 가지를 놓고, 브랜드를 가린 상태에서 직접 비교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생각보다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정말 큰 차이는 없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